사람들은 블로그를 왜 쓰는걸까?
가끔 궁금해진다.



내 이야기부터 하자면 
내 경우에는..

블로그는 일기장 대신이다.
말투가 "~ 했어요" 라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듯 쓰이는 글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타인과 의사소통이 될만한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때문에
딱히 다른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건 아니다.
읽어주면 나름대로 좋고 아니면 뭐.^^;;
그런 의미에서 내 블로그는 정말 일기장 같은 거다.

그렇다면 일기는 일기장에다 쓰지 왜 이런데다 쓰는걸까.
가장 큰 이유는 보관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책꽂이에는 초등학교때부터 대학때까지 써오던 일기장이 3권정도 있다.
하나는 자물쇠가 달렸고, 하나는 푸우그림이 그려져 있는 알록달록한 녀석, 마지막은 투박하고 두꺼운 노트이다.
난 이녀석들을 볼때마다 생각한다.

'이걸 어디다 갖다 버리지?'

-_-;;


남이 들으면 추억이 될만한 물건을 왜 그러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난 "이따위 추억은 필요없어!"라고 외치고 싶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기록이 욕과 정신분열을 연상시키는 낙서로 얼룩져있고, 그나마 제대로 된 몇줄도
죽고 싶다거나 집에서 떠나고 싶다거나 하는게 대부분이다.
난 지금도 내 자신이 그렇게 밝지는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세권을 쭉 읽고나면 지금의 내가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_-;; 우째 이런일이.
그런 기록만 쓰게 된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내가 일기를 쓰는 날은 항상 기분이 나쁜 날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말이 일기지 사실은 '스트레스 해소장' 이였다.
친구랑 싸우고 왔을때, 학교에서 재수없는 일을 당했을때, 시험의 압박이 느껴질때 등등등..
이런때에 그 공책을 펴고 "나쁜 뇬" 이라든가 '다 엿먹으라 그래!!"  이러면서 온갖 욕설과 낙서로 도배했던 거다.
아니면 뒷장에는 '죽고싶어' 의 도배가 있다.
지금은 캐백수로 있어도 잘 살고 있는데 이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어두운 시절을 보기 싫어서 이걸 없애버리고 싶은건 아니다.
이것도 내 삶의 일부니까 '이런 시절도 있었지' 라며 낄낄대며 읽을 수 있는데, 문제는 다른사람이 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자 걱정이 됐다. 난 특히 부모님이 보실까봐 걱정이다.
어떤 부모든 자식이 그런 말들을 써 놓은걸 보고 마음이 편할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내 일기 시리즈를 연속으로 3권 보신다면 ...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안좋다.

사실 예전에는 부모님이 보실걸 걱정하지 않았는데 이런 계기를 만든게 한창 인터넷에 떠돌았던
에로책 100권 어떻게하나..라는 제목의 이야기때문이다.(대충 저런 제목)
내용은 만약 내가 어느날 갑자기 죽게 된다면 내 방의 에로책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였다.
누구는 '친구에게 부탁한다' 라고 하고, 누구는 '책보다 컴퓨터가 더 문제'라고 했다.
그걸 읽으면서 낄낄거리다가 '나도 처리할게 없나' 책꽂이를 훓어보는데 일기장이 생각난 것이다.
사실 난 그런쪽으로는 치울게 없기 때문에(초건전 -_-v) 괜찮은데, 갑자기 일기장은 걱정이 되었다.
이건 내가 보면 웃긴 것이지만 다른사람이 보면 전혀 웃기지 않은 것이니까.

그래서 그때부터다. 내가 종이에 내 감정의 흔적을 남기지 않게 된 것은.
하지만 난 이상하게 무엇인가 막 쓰고 싶을때가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차에 친구가 싸이란 것이 있다고 클럽에 가입하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서 싸이란 곳에 처음가 보았다. 가입을 했더니 미니홈피 라는게 생겼다.무언가 쓸수 있는 곳이더라.
그래서 그 뒤로 인터넷에 글을 남기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원하면 언제든 삭제할 수 있고, 비공개 글은 나만 볼수 있고 혹시 무슨일이 생긴다고 해도
날 찾아내서 내글을 전해주지는 않을것 아닌가.
음하하하, 좋구나!
그래서 시작된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 글 남기기.
근데 미피는 알다시피 정말 크기가 작아서 난 미피를 볼때마다 막 잡아당겨서 늘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껴야했다.
그래서 나중엔 혼자 클럽을 만들어서 글을 썼다. 그럴꺼면 블로그를 쓰지... 라고 하실분도 계시겠지만,
그때 난 블로그라는게 있는지도 몰랐다.-_-;; 그리고 나중에 블로그를 알게 된후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이게 내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다.
사실 난 종이에 쓰는게 더 좋긴한데, 그렇다고 이렇게 큰 메리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음... 그리고 딴 얘기지만, 최근에는 다른 재미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완전히 일기장이라고 생각해서 블로거간의 소통에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다른 블로그에 가서 댓글도 달고 놀기도 하고 그런다.
그리고 언젠간 나도 다른 블로거들이 공감할 만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이곳은 지극히 폐쇄적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 다른 사람들은 블로그를 뭐라고 생각하고 왜 쓰고 있는 것일까?
실시간으로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가끔씩 궁금해진다.

블로그를 왜 쓰시나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림카카오 + 우유  (2) 2007.02.15
갑자기 왜이러지?  (0) 2007.02.10
이런걸 인정해야 쿨- 한건가.  (0) 2007.02.04
크리스피크림 도넛  (2) 2007.02.03
부지런한 사람은 아닙니다만..  (0) 2007.01.26
by rimo 2007. 2. 5. 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