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팬은 아니지만 올드이기는 하다..;;

심형래씨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으셨으니 추억하려면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어렸을 적 나도 그의 코미디를 보고 자랐다.
주말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정도로 실컷 웃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부터 그런 코미디가 싫다고 느껴졌다.
인터넷의 댓글들처럼 사람을 때리며 웃기는 건 저질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신동엽의 '안녕하시렵니까' 를 시작으로 말로 웃기는 코미디를 보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서도 그것이 추새인듯 심형래식의 코미디는 사라져갔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먹고 난 언제부터인가 코미디 프로를 보지 않게 되었다.
봐도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나이를 먹어서일지도, 아니면 이제 그런 코미디는 웃기지 않게 된건지도.

심형래씨가 출현한다는 말을 듣고 오랜만에 쇼프로를 챙겨 보기까지 했다.
지금의 코미디를 보고 웃지 않는 내가 지금 그의 코미디를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예전처럼 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리고 보고 정말 하하하 하고 웃어버렸다.
한때는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고, 한때는 저질이라고 보지 않았던 그의 코미디를 보고.
유행만 돌고도는게 아니라 감성도 돌고 도는걸까.

예전 자료화면을 보며 다시 한번 그 코미디를 보고 싶어졌다.


/
웃기는 것도 기술이다.

북채로 자기 뒤통수를 때리고 죽도로 남의 머리를 때리는 행위가 그것만으로 웃길리는 없다.
이 평범한 사실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다른 출연자들이 쩔쩔매며 하는걸 보면서.
노력없이 웃긴다고, 말로 웃기는 것보다 저런게 훨씬 쉬운게 아니냐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다고 느낀 순간이였다.
얼마나 연습했으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올까.


/
신정환 과 하하 와  유재석과 송은이와..

가수인지 개그맨인지 연기자인지 확실히 정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재석과 송은이에게 심형래는 대선배이지만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때문에 방송은 즐거웠지만 묘한 불편함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저 사람들은 저걸 왜 배워야하는 걸까?
뭘 하는 사람인지조차 모호해진 그들이 이젠 코미디언조차도 하지 않는 코미디를 배워야 하는건 참 마음에 와닿지 않는 일이였다. 본인들도 그랬을 듯..;

게다가 그유재석을 보면서 느껴지는 또다른 이질감.
심형래씨가 중간에 유재석에게 이런 말을 한다.
"쟤가 왜 대한민국 최고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건 분명히 웃자고 하는 농담임에 틀림없었다. 자꾸 실수를 하는 유재석을 향한 농담.
하지만 한편으론 그건 제대로 된 말이였다.
코미디언의 입장에서 보면 그는 최고의 mc이긴 하지만 최고의 코미디언은 아니니까.

딱히 뭐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어 쓴건 아니다.
그저 과거 코미디 프로를 재연하면서 정작 지금 코미디를 하고 있는 사람은 한명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좀 씁쓸했다는거다.


한때 유재석하고 송은이하고 몇몇 사람들이 어쨌든 정통(?)코미디를 해볼려고 한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개콘으로 다시 시작하나 했으나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하는 것 같고.
거기다 코미디언도 어느정도 뜨면 다 그곳을 떠나가버리고.... 생각해보면 슬픈 일이다.



+) 와니님 댓글을 보고 알았는데 '코메디'가 아니라 '코미디' 였음.
아, 맞춤법 아직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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