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친구와 만나서 밥먹고 지하철역까지 걷다가 벽에 좌르륵 붙은 선거포스터를 봤다.
이번엔 뽑을 사람이 왜그렇게 많은지, 포스터가 벽 한면을 가득 메운다. 시장이나 교육감정도는 알고 있지만, 시의원이나 뭐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
그걸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선거날 이야기가 나왔다.

"어디로 놀러갈까 생각중이야"

친구가 말했다. '놀러간다' 그래 쉬니까 놀러가는거다. 괜찮다. 당연하다. 쉬는 날에 놀지 언제 놀까. 근데 그 뒤를 이어 '투표는?' 이란 질문에 바로 나오는 대답.

"안할껀데?"

아주 당연하게 나오는 말.
아- 난감하다. 인터넷에서만 들어왔던 투표 안하는 젊은이가 여기있다. 원래 이 친구들이 그런 타입인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저러니까 나혼자 안드로메다에서 온 애같고 그렇다. "투표는 하고 가지"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순간 망설여졌다. 요즘은, 특별히 정치 이야기가 아닌데도 그 비스무레한 이야기만 나와도 상대방이 '이 친구 좀 피곤한 타입같아' 라는 표정을 지을때가 있어서. 물론 나도 쌈 날까봐 정치에 대해선 아예 이야기 안하는데 - 잘 알지도 못한다-  근데 저런건 정치 이야기도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말하기 껄끄럽다. 그냥 투표하자고 말할 뿐이데, 마치 그 옛날 대학시절의 운동권학생이 된 기분이다.

위에도 말했지만 난 특별히 정치에 관심이 있는 인간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한다. 다만 '살기 힘들다' 하면서 투표 안하고 놀러가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정치랑 경제가 따로 노는 것들이 아닌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흘리는 말로 슬쩍 - 내딴에는 그랬다-  "투표 하고 가" 라고 했는데, 일순 정적-  하..하하^^;;  그래서 그냥 우야무야시키며 왔는데, 집에 오는 내내 '이왕 말꺼낸거 제대로 말할껄 그랬나?' 싶기도 하고, '그 한마디면 무슨 말 하고 싶은건지 알고 있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뭐, 어린애도 아닌데 투표 이야기가 나온것만으로도 내가 뭔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아챘을꺼다.


오늘 지인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지인 왈 "그 친구들 먹고 살만 한가보지" 라고 했다. 아- 그렇게 나눌수 있는건가? 따지고보면 내가 그 친구들보다 먹고 살만하지 않은건 사실인데, 음.. 그렇다고 딱히 그런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또 제대로 반박할 말도 없다. 그것도 원인중 하나일 수도 있으니까.

'투표'. 그냥하면 되는건데,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한다.

(내용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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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mo 2010. 6. 1.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