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감독 유하 (2008 / 한국)
출연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심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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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조심!)

# 개인적으로 사극을 안좋아하는데다가, 재미도 없어보여서 안보려고 했었다.
한창 유행중인 동성애코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도 별로였고.
동성애를 소재로 사용하는게 문제가 되는건 아닌데, 왠지 분위기에 편승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막 나오면 괜히 보기 싫어지는 심리랄까...

그래서 관심 끊고 있었는데, 친구가 예매해놨다고, 튀어나오라고 전화를-_;;
이걸 고맙다고 해야할지, 뭐라해야할지...가 아니라 보여준다잖아 (=▽=)
잽싸게 나갔다.


# 보고 나오는데,  같이 본 친구는 옆에서 훌쩍훌쩍- 하고 있었고, 난 '내 돈 주고 봐도 괜찮았겠네.' 라고 생각했다.


# 홍림
왕후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 순간, 왕을 돌아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했을까, 왕의 어리석음을 슬퍼했을까.


#
세상에 믿을 놈 하나없구나.

믿을 놈을 믿었어야지-_;;
혈기왕성한 청년에게 여자와 동침하게 해주고 "남자가 된 기분이 어떻느냐?" 같은 태평한 질문을 던지다니..
왕인데다가 진성게이라는 것까지 맞물려 이사람 현실감각이 너무 떨어졌던것 같다. 자기딴에는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그 지위를 생각하자면 정말 눈물날 정도로 최선을 다하셨다. 이사람 왕이라구!!) 던져준 떡밥이 너무 거대해서.
절절한 순애보를 보여주는데, 벽보고 하는거라 너무 안타깝다.


# 왕후
홍림과 처음 함께한 날. 침상에 누워 눈물 두둑- 흘리던게 가장 인상 깊었다.
그렇게 굴욕적인 일을..
결국 그 일로 저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대를 얻긴 했지만, 그 상대가 참..
홍림을 좋아했어도, 싫어했어도 어쨌든 꼬인 인생이다. 이게다 남편을 잘못만나...(중얼중얼)


# 그 외에
- 조인성
개인적으로 외모로 봤을떄 조인성은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조인성 좋아하는데 아무리봐도 긴머리는 안어울린다. 전혀 사극 스타일로 안생겼다.
거기다 '단단하다''세다' 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왕에게 휘둘리는건 안어울리는 듯.
차리리 그럴바엔 조인성이 왕을 하는게 더 나을것 같다.

연기로 봤을때도 아주 잘했다고는 보기 힘들것 같다. 잘하긴했는데 가끔씩 걸리는게 있다. 극중 분위기는 '전 지금 엄청 슬프거든요~' 하는 분위기여야하는데, 조인성 눈빛이 멍- 때리는게 몇몇개 있다. 그래서 분위기가 전혀 안사는...;;  요런 부분이 아쉽.


# 마지막으로
영화가 마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세 사람의 눈빛과 칼싸움 때문이였다.
줄거리가 간단한데다가, 아무래도 세사람 중심에 왕이 등장하다보니 왕의 명령은 절대적인거라
거기다 토를 달고 할게 없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자라면 자고( '')
그러다보니 영화는 주인공들의 눈빛으로 많은 말을 전해주고 있다.
그 눈빛을, 시선을 보고 있자니 스릴러물도 아닌데 괜히 긴장이 됐다. 
내게서 '화났네' 라는 간단한 감정부터 '아, 쫌 이제 고만 좀 하지!!' 라는 격앙된 감정까지 끌어낼만한 힘이 있었던 눈빛.  특별히 신경써서 찍었다던데, 자신있게 말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홍림과 왕의 칼싸움은, 모두 두번이 나오는데 한번은 왕이 또한번 홍림이 먼저 칼을 빼든다. 감정이 잔뜩 실린 칼날이 부딪히고 엇갈릴때마다 분노, 질투,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슬금슬금 스며드는데, 그 미묘하게 변해가는 칼끝이, 변해가는 두사람의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줘서 가슴 아프면서도 한편으론 멋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것땜에 소장하고 싶음)


암튼 근래에 본 영화중에선 가장 마음에 들게 봤다.
영화를 볼때는 몰입할 상대가 필요한데, 쌍화점의 경우 세 캐릭터 다 이렇게 생각해도 이해가되고 저렇게 생각해도 이해가되는 캐릭터들이여서 이런 저런 생각을하며 지루하지 않게 볼수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새드엔딩이지만, 슬프다기보단 씁쓸함이 남는 영화였다.



by rimo 2009. 1. 17.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