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을지도..)




# 자존심 강한 두 배우가 주인공 자리를 놓고 치고박고 싸우는 영화인줄 알았다.(-_-)
언젠가 영화프로에서 그런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아마 내가 들은건 마지막 촬영 장면에 관한 이야기였나보다. 알고보니 한사람은 배우이고 한사람은 조폭이였다-_;;

스토리만을 보면 진지하고 한없이칙칙할것만 같은 이 영화는, 실제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상황 하나하나가 심각한것 같긴한데 중간중간 코믹한 대사가 끼어들어 진지함을 상쇄시켜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주제는 선명해지는반면 극에 대한 몰입도 떨어지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술렁술렁봐지면서도 캐릭터들은 제대로 숨쉬고 있서, 어렵지않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저그런 영화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영화.



# 강패는 '큰형님' 소리 듣는 조폭이고, 수타는 욱하는 성질이 있는 배우다. 둘은 비슷한 모습을 가진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강패에게 싸움은 삶이지만, 수타에게 싸움은 남성다움으로 포장된 어쩔수 없는 과시(혹은 자기과시)와 흉내내기다. 
이런 둘의 모습은 완벽히 분리된 흑백의 대비에서도 잘 나타난다.

둘의 만남은 좋지 못했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좋지 못했다.
서로 넌 흉내내기 전문이니, 쓰레기 같은 삶을 사니 하며 비꼬고, 언제 한번 맞붙어 싸우겠다싶은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진다. 수타는 나름대로의 프라이드가 있고, 배우로써의 자존심이 있으며, 의외로 자신의 어려움을 정면돌파해나가는 강인함이 있다. 성질은 더럽고 여자한테도 재수없게 굴지만 하얀 옷을 입은 수타는 검은 물이 들지 않은 녀석이였다.
반면 강패에게는 꽤 큰 변화가 일어난다. 다른 삶에 대한 동경과 그로인해 감정을 갖게 됨으로써 무감각하게 처리해야할 자신의 일에 큰 지장을 주고 만다. 검은 옷을 입은 강패는 수타처럼은 될 수가 없다.



#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진흙탕 싸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은 그 속에서 각자의 결론에 도달한다.
한명은 배우고 한명은 깡패다. 영화는 영화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구나 자신만의 영화가 있다. 그게 진짜 영화 일 수도 있고, 삶 일 수도 있다.
영화는 영화다. 그것뿐이다....



+) 영화가 칙칙, 지루로 갈때마다 나와서 한방씩 터트려준 감독 아저씨.
단순바보웃음 캐릭이 아니고, 영화에 대한 열정도 보여서 좋았다. 배우를 끝까지 믿어주는 감독님. 그래서 두 배우 진짜로 쌈질도 시키고 ㅋㅋㅋ 이분 덕분에 영화가 재미있었다.



+) 소지섭이 왜 소간지로 불리는지 알았다. 아- 멋지군하.



+) 해피엔딩 중독자라 마지막엔 이런 모습을 바랬는데..흑흑.



by rimo 2010. 11. 1.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