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이제 '괴물' 을 봤으니 디워 포스팅은 내년 이맘때쯤이나 할 수 있겠다. 언제나 1년 늦는 리뷰 -_-;

'괴물'은 일부러 보지 않은 영화중에 하나다. 그당시 리뷰를 안봤으면 '괴수영화네, 재밌겠다' 하면서 룰루랄라 하고 갔겠지만 대충 리뷰들을 보니 룰루랄라-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것 같았다.
난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는 잘 안보는 편이다. 왜냐하면 생각이 많아진다는게 단순히 생각만 계속 하게 되는게 아니라, 대부분 그것은 씁쓸함과 억울함과 분노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충분히 복잡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그런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다, 뭐 그런 생각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이 적용될 수 없을 때가 있다. 누군가 보자고 할때 -_-;
괴물이 그랬다. 친구가 보자고 하더라. 이녀석도 많이 늦은 녀석인가 보다. 그러니 내 친구지. 하하.

스토리는 일부러 쓰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으니 생략.



기억에 남는 장면은,
현서가 괴물에게 잡혀간 후 체육관에 마련된 현서의 사진 앞에서 가족들이 발버둥치며 우는데
남주(배두나 분)의 추리닝 윗도리가 서서히 올라가는 거다. '
어- ' 하면서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변희봉씨가 그걸 팍 잡아댕겨주더라.
왠지 모를 아쉬움 속에(;;) 피식 웃게 되는 장면이였다.

그럼 인상 깊은 장면은?
병원에서 탈출한 가족들은 매점에 모여 앉아 있다.
그때 강두(송강호 분)가 졸기 시작한다.
그걸 보고 남일(박해일 분)은 지금 잠이 오냐며 강두를 욕하고 그걸 보던 아버지(변희봉 분)가 강두의 어릴적 이야기를 꺼내며 강두를 감싸주며 이야기를 하는데, 가슴 뭉클하게 보여야 할 이 장면에서 공교롭게도 앞에 앉은 남일과 남주는 강두와 마찬가지로 졸기 시작한다.
변희봉씨의 말은 계속 되지만 아무도 듣는 사람은 없다.

처음엔 웃겼다. 혼자 진지하게 말하는 한 사람과 듣는 둥 마는 둥 자고 있는 세사람.
코미디 같은 설정이다.
그런데 그걸 계속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왔다.
부모님들은 저렇게 자식의 뒤에서 말씀하고 계신걸까.
듣고 있어도 듣지 않고 있어도 언제나 걱정하시고, 행여 자신의 말에 기죽을까 아파할까 하고 싶은 말도 참으시고, 그러면서 그렇게 조그맣게 혼잣말을 하고 계신게 아닐까.

그리고 그 후에 나오는 아버지의 손짓.
괴물에게 쫒기면서도 빨리 가라고 하는 그 손짓은 눈물이 핑 돌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괴물스럽지 않았던 괴물도 나오고, 노숙자 아저씨의 멋진 활약도 돋보이는 영화였지만(;;)
그래도 난 저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기에 , 괴물은 나에게 '부모님께 효도하라'는 영화였다.


난 오락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보는 내내 편하지는 않았지만 볼 만 했다.
(슬픈 영화는 너무 여운이 길어서 싫다..)



by rimo 2007. 8. 9.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