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감독 이안 (2007 / 중국, 미국)
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력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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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걸 야한영화라고 해서 보러가자고 했는가.
누구긴, 내 친구가 그랬지 -_-;

"야, 색계라고 되게 야하데. 무삭제래. 우리도 이런거 함 보자."
"흠..그런거 굳이 극장가서 볼 필요는 없잔..-_;;" (친구가 째려봄)
"알쏘 가자."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친구는 영화시작 15분만에 팝콘까지 떨어트리며 자기 시작함.
뭐야뭐야, 이자식 -_-;
하지만 난 자고로 돈을 내고 왔으면 어쨌든 허벅지 꼬집어 가면서도 봐야한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친구가 떨어뜨린 팝콘을 주워서(그지 아님. 정확히는 팝콘이 들어있는 박스를 들었다.) 냠냠 먹으면서 친구가 깰만한 장면이 나오면 깨워줄겸 안 자고 계속 감상했음.

근데 처음 부분이 지루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보면서 잘수 있지?
난 무조건 과거 역사 이야기가 나오는건 다 싫어하기 때문에 이 영화도 시대배경상 전혀 끌리지 않았지만 시작하고 얼마 안가서부터 꽤 흥미진진하게 봤다.

도대체 연극부라고 해야하는지 암튼 이 대학생들이 세운 무모하고 어설픈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해서.
누군가를 암살하는데 시종일관 진지할 필요는 없겠지만(뭐,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사람도 있겠지) 그래도 '마침 방학때니까' 해보고 일이 잘 안되자 '이제 방학도 끝나가는데' 라는 투정이라니.얘네들 굉장한 걸.
이 일을 계획한 광위민은 몰라도 다른 단원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얼마나 위험한지도 모르는 이 일에 뛰어든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 일의 중심에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분위기 탄 왕치아즈를 놓았지.
이때부터 인생 꼬였다. -_-;

이 일을 가지고 그들은 나름대로 진지했고 성공할 수도 있었잖아? 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엔 저랬고 거기다 직접 그 계획을 짠 사람조차 그때는 어렸지(였나? 암튼 이 비슷한 대사)를 했으니 어설프다는건 스스로 인정한 셈이니까 뭐, 본인이 그렇다잖아.
그러니까 어설픈거 맞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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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암튼 그리고 처음부분에선 둘이 레스토랑에 간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음식이 맛이 없어서 사람이 없는 레스토랑.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곳.
그곳에서의 둘의 모습은 정말 재미있었다.
왕치아즈의 낚고 말겠어.. 라는 모습과 '이'의 낚여줘? 하는 모습이.
아, 왕치아즈는 그때까지는 정말로 순수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른뒤 만났을때는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런지 이런 느낌의 모습이 거의 없었는데 이때는 그 노골적인 유혹이 참 귀여웠다.
이런 아가씨였는데 흑흑.

암튼 그래서 이렇게 1시간 지나가고 친구를 깨웠다. 난 착하니까.
"야, 봐라"
"응? 응"
멍한 눈으로 봤는지 말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근데 이 영화의 섹스씬 말이지.
무삭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전혀 선정적인 느낌이 안들어서 참.. 그랬다는.
이거 되게 슬픈 씬이잖아. 특히 왕치아즈의 모습은 참 슬프단 말이지.
그녀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막 느껴져서 아놔- 이건 뭐. 홀랑 벗고 있는데도 왜 슬픈가요?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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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친구는 다시 잤는지 어쨌는지. 다이야 반지는 봤냐?-_;;

난 '이'가 그녀에게 반지를 선물하는데서 놀라고, 마지막에 그가 왕치아즈에 관해 몰랐다는데 또 놀랬다.
정말 몰랐던거야? 그가 그녀에게 던진 야릇한 말들은 진짜 그 사람이 그냥 성격이 나빠서(;;) 그랬던거란 말야? 오... 믿을 수 없어.
난 영화내내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는 왕치아즈가 스파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일에서 발을 빼도록 애매한 말들을 하면서 그녀에게 눈치를 준거라고.
근데 끝나고 보니 그 사람이 그럴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가래니까 쏜살같이 도망가는 걸 보자니 진짜 몰랐었던듯. ㅡ_ㅡ;
게다가 아저씨도 뒤통수 맞았고.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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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반지를 낀 왕치아즈가 '이'에게 "어서" "가요" 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
이때 그녀의 표정은 정말....ㅜ_ㅜ  이건 봐야한다. 탕웨이에게 연기의 신이 내렸나보다.
이 아가씨 어느때는 되게 평범한데 그러다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고, 표정도 무표정하다가 살짝 웃기도 하다가 그러는게 아무튼 사람 마음속에 쏙쏙 박히게 연기를 한다.
마지막 임시 정지선 앞에서 인력거에 탄 채 말없이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후...
난 배우들 연기 잘하고 이러는거 잘 모르는데 탕웨이는 잘한다는 말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연기한다라는 말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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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의'란 것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을..
이 사람들 처음부터 끝까지 이용당하고 이용당하고, 근데 이것도 '큰 뜻'을 위한거라고.
'대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또 어떤 측면에서는 이용당하기도 했을텐데, 그 사람들의 이름은 역사의 한페이지에 한줄도 안나온다는게 좀 슬프다는..
왕치아즈의 경우에는 역사는 고사하고 만약 그 계획이 성공했다면 그냥 '이'의 정부쯤으로 기록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님 아예 기록도 없거나.
암튼 이렇게 나가면 되게 어려운 이야기다.
악, 그만 쓰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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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색계, 저에게는 굉장히 마음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보셔도 후회 안하실 거예요.
다만 마음이 어지러운게 싫으신 분들은 보지 마시길.
이것땜에 전 액션 영화밖에 안보는데 낚였-_;;



by rimo 2007. 12. 10.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