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균관 스탠들을 보고 룰루랄라 들뜬 마음에 '놀러와'를 틀었다.
떠들썩하지도 않고 딱히 뭘 하는것도 아닌데도 항상 재미있는 '놀러와'.
그래서 종종 보곤 했는데, 골방토크를 보니 게스트가 심상치 않았다.
이성미 - 이경실 - 정선희
다른 게스트들도 있었지만 내 눈엔 이 세분만 보일뿐이고...
정선희씨를 보는 순간 애매한 기분이 들었다. 정선희의 방송복귀를 반대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란 다분히 일반론적인 생각에 방송복귀가 이르다고 말한 사람들이 오히려 이해가 안됐었다.
적당한 방송복귀의 시점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큰 사건이 쉽게 잊혀질리가 없고, 혹여 잊혀진다면 그건 '정선희'란 인물이 잊혀졌다는 뜻일게다.
그렇기에 어쨌든 정선희의 방송복귀는 그녀로써는 최선의 선택이고 내가 보기에도 그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근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정선희씨의 얼굴을 보니 예전처럼 웃게 되지는 않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나 큰 사건이여서 그런지, 정선희씨를 보고 있으면 자연히 그 그림자가 보였다. 스스로 이것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틀린말은 아닌듯하다.


골방토크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지만 계속 정선희씨의 모습에 신경이 쓰였다. 왠지 모를 위화감. 그러다가 자신이 뽑은 랭킹을 발표하며 정선희씨가 입을 열었을때, 그 느낌의 정체를 알았다. 정선희이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이였다. 평소 난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할때, 당사자의 일이니까 내버려두는게 가장 좋다고 말해왔고 복귀후에도 그 이야기를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게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사실 나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정선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언제 이야기를 해줄까 하고.
그런 내 모습이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 난 이슈를 좋아하고 소문을 좋아하니까. 단지 그게 나 혼자만은 아닐꺼라고(아마도;;) 라고 생각하고, 기자들도 매일 집앞에서 진치고 있었다고하니 그 시선이 참 힘들었겠고 지금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정선희씨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그리고 꽤 긴시간을 할애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제 내 호기심은 접어야겠다 싶었다. 정선희씨가 들려준 이야기가 내 호기심을 만족시켜 준것도 아니고 그 감정에 동화된 것도 아니였다.
단지 울먹이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그 모습에서 이제까지 줄곧 힘들어했었을 시간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그렇게 느낀건 아버지 이야기를 할때의 모습이였는데, 편집이 된건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정선희씨는 울먹거리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해 나갔다. 사실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이야기라서 더 그렇다. 근데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건 그만큼 많이 울고 아파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 어느정도 정리가 됐다는 뜻이다.
마음의 정리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안좋은 일일때는 더 그렇다. 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누군가를 원망하기도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도하고, 주위사람이 힘들어하는걸 바라보면서... 그 시간들을 겪고 겪은 후 다른사람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게 될 수 있게 되는게 아닐까...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정선희씨의 모습이 참 아프게 다가왔다.

정선희씨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가지. 가족, 친구, 라디오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아직도 넷상에는 정선희에 관한 소문이 떠돌고, 편지가 떠돌고, 적의나 호의를 가진 댓글들이 줄줄이 달린다.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그것이 밝혀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인 이상, 이젠 호기심은 접어둬야할 것 같다.


by rimo 2010. 8. 31. 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