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을 덮으며  완전히 '당했다' 라고 생각했다. 뒤통수를 맞는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헛웃음이 나오고 내가 얼마나 속이기 쉬운 인간인지도 알게됐다. 이건 반전이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소설을 본 느낌. 내가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중 가장 생각을 많이 한 작품이 될것 같다.- 몇권이나 봤는지는 묻지 마시고( ..)-


선입견이란 사람의 판단을 흐트려놓는데 가장 좋은 장치인것 같다. 상대방이 어떤 편견에 약한지 알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상황만을 제시해도 원하는 효과를 어느정도 보장 받을 수 있다. 예를들어 얼마전 한 여성이 이웃주민이 키우는 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잔인한 인상을 갖게한다. 아파트에서 살아있는 고양이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을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터. 그래서 그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만약 내가 이 여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을때, 누군가가 나에게 '저 사람이 그 사건의 장본인' 이라고 말해준다면 난 순식간에 그 사람의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 후로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나 말에 때때로 전에는 느끼지 않았던 불쾌감을 나타낼지도 모른다. 이미지라는 것은 한번 각인되면 완전히 지워버리기가 어렵다. 그 사람이 사건의 당사자이건 아니건간에 이미 소문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덧씌워지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소설은 히다카의 정원에서 시작한다. 정원에는 한 여인이 있고, 그녀는 얼마전 자신의 고양이를 잃었으며 수의사에 말에 의하면 고양이는 독약을 먹은것 같다고 했다. 여자는 평소 고양이에게 감정이 있었던 히다카의 짓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집에서 증거를 찾고 있던 중이였다. 노노구치를 보자 여자는 허둥대며 돌아가고, 노노구치는 집주인인 히다카에게 고양이에 대해 물어본다. 그러자 뜻밖에도 히다카는 고양이를 죽였다고 태연하게 이야기한다. 이유는 고양이가 정원을 엉망으로 만들어 세입자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그 후로도 히다카는 친우인 노노구치를 협박하고 소설을 쓰게한 후 그 소설을 훔쳐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비열한 짓을 서슴지않는다. 시작부터 좋지않았던 그의 인상때문에 저런 행동들이 모순되지 않게 느껴진다.
이 느낌은 히다카가 어린시절 '누구에게나 스스럼없고 다정한 아이였다', '심지가 굳은 녀석이였'라는는 주위 사람들의 증언속에서도 바뀌지 않는다. 그가 변해버린 것에 의문을 품지 않은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는 법' 이라는 통속적인 말 속에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었다.


 고양이의 죽음은 사소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로 인해 받은 자극은 히다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좋은 이야기는 희석시키고, 안 좋은 이야기는 여과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었다.
선입견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일뿐이였는데, 그것으로인해 생각의 각도가 틀어지는것을 느끼지 못했다.



#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가지고있는 '악의' 때문이였다.
악의에 대해선 이 한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

"당신의 마음속에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깊디깊은 악의가 잠재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악의가 이길 때, 사람은 사람이 아니게 되겠지요."




#
마지막으로 노노구치는 그 많은 소설들을 어떻게 다 옮겨적었는지 모르겠다.  적는거야 열심히하면 된다지만, 남의 것 그것도 자신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의 것을 한자한자 옮겨적으며 내것인냥 만드는건 보통 정신력을 가지고는 무리일 듯 싶은데... 작가의 자존심이란게 그정도였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과후 - 히가시노 게이고  (0) 2010.07.23
살룡사건/자해성사건/해적섬사건  (0) 2010.07.20
문학소녀 시리즈  (2) 2010.05.24
용의자 X의 헌신  (0) 2010.05.08
반짝반짝 빛나는 - 에쿠니 가오리  (0) 2009.12.25
by rimo 2010. 7. 8. 11:39